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줄거리
미래의 지구는 외계 종족과의 전쟁이 한창이다. 주인공 윌리엄 케이지(톰 크루즈)는 미디어 담당 장교다. 군인이지만 실제 전선에 투입될 생각이 전혀 없었던 그는, 어쩌다 전장에 나가게 된다. 하지만 전투 경험이 전혀 없던 그는 출전한 첫 전투에서 매복하고 있는 미믹들에 의해 결국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하고 만다. 그런데 뜻밖에도 깨어난 그는 전투에 나가기 전날로 되돌아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케이지는 매일 같은 하루를 반복하면서 전투 기술을 키우고 외계 적의 약점을 파악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전투에 능한 리타(에밀리 블런트)와 만나 함께 미믹을 물리칠 방법을 모색한다. 리타는 이전에 케이지 처럼 하루가 반복되는 경험을 먼저 겪고 전쟁의 영웅이 된 군인이다. 두 사람은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전략을 짜고, 점점 강해지며, 결국 인류를 구할수도 있는 결정적인 순간에 도달한다. 하지만 그들의 여정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결말 해석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케이지는 루부르 박물관 지하에 있는 외계 종족의 핵심인 오메가를 파괴한다. 오메가는 미믹 종족 전체를 통제하고 시간 루프 능력을 가진 최상위 존재이다. 이 과정에서 케이지는 다시 한번 죽음을 맞이하고, 이때 오메가의 피와 접촉하게 된다. 그러면서 케이지는 오메가의 시간 루프 능력을 순간 다시 흡수하게 된다. 그래서 케이지는 루프의 시작점인 이전 날 아침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가진 오메가가 죽고 난 다음이기 때문에 미믹과의 전쟁이 이미 종료된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이번에 케이지는 장군을 만나러 헬기를 타고 가던 시점으로 리셋된다. 그건 케이지가 최초에 죽으면서 능력을 얻게 된 새벽 상륙 작전 시간보다 이른, 전날 밤인 루브르 전투에서 죽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메가를 파괴하는 순간에 흡수한 능력이 시간을 조금 더 이전으로 되돌렸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케이지는 미믹과의 전쟁을 끝내고 인류를 구원하는데 성공하지만, 그 과저에서 리타와의 관계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즉, 리타는 케이지와의 모든 경험을 잊어버린 상태고, 케이지만이 그들이 함께 겪었던 이 모든 일을 기억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초면으로 대하는 리타를 향해 복잡한 마음으로 웃는 케이지의 모습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이야깃거리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기 전에 원래 브래드 피트가 고려되었다고 한다. 브래드 피트가 이 역할을 거절하면서 톰 크루즈가 캐스팅되었다. 브래드 피트 버전도 궁금하지만 역시 톰 크루즈가 찰떡인 것 같다.
원래 영화의 결말은 더 복잡했다고 한다. 알파 미믹을 죽이면 새로운 타임루프가 시작되고, 인간이 결국 패배하는 새로운 시나리오가 있었다고 한다.
감독은 촬영 8주를 남기고 원본 스크립트의 약 2/3을 폐기하고 뒤엎었다고 한다. 결국 완성된 스크립트가 없이 촬영을 시작했다고 한다.
배우들이 입은 전투 수트는 CG가 아니고 직접 제작하여 입은 것인데, 그 무게가 약 40kg에 달했다고 한다.
총평
게임을 할 때 주인공이 죽으면 해당 게임은 오버되지만 저장한 시점부터 다시 플레이할 수 있다. 케이지도 그 전투에서는 죽었지만, 다시 그 전에 전장으로 투입되전 시점으로 계속 돌아간다. 외계인에게 처음 죽임을 당했다가 다시 전날로 되돌아갔을 때, 그가 처음으로 한 생각은 뭐였을까? 내가 감정을 이입해 보자면, 처음에는 '내가 안 죽었구나. 정말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하지만 몇번의 죽음을 더 경험하면서는 더이상 '다행이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 것 같다. 부활할 거라는 걸 알더라도 전투에 뛰어드는 그 순간은 여전히 긴장되고, 외계인을 맞닥뜨리는 순간은 두려울 테니까... 도저히 전투가 승리할 기미가 안 보이고, 어떻게 한 부분을 돌파해도 다음 순간에 죽어버리는 나날이 반복된다. 게임을 하다보면 도저히 안 풀리는 구간이 있다. 처음에는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그 스테이지를 내손으로 꼭 깨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불타오른다. 하지만 정말 많은 시도를 해봐도 도저히 안 되면, 공략을 참고하든 난이도를 낮추든 해서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수 있다. 이도저도 아니면 그냥 게임을 접어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케이지는 그게 아니다. 도저히 거기서 빠져나올 방법이 없으니까, 말 그대로 '죽어도' 못 벗어나는 상황이니까 말이다. 말하자면 케이지는 자신의 이름처럼, 무수히 반복되는 나날의 감옥에 갇힌 것이다. 또 다시 살아나고 든 생각은 아마 점점 지긋지긋함으로 바뀌지 않았을까? 나는 사람들이 극한의 상황에 몰리는 재난 영화나 좀비 영화를 보면서, '그냥 처음부터 좀비가 되어버리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케이지에게는 그런 선택권 조차 없다.
게임이 마음대로 잘 안 풀리면 그냥 리셋해버리는 것처럼 케이지와 리타도 전투가 생각처럼 안 풀린다 싶으면 그냥 리셋하는 결정을 한다. 시간도 목숨도, 뭐 하나 아까운 게 없다. 그랬던 그가 정신이 번쩍 든 것은, 수혈을 받고서 능력을 잃었을 때다. 더이상 루프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나니 다시 모든 게 소중해진다. 그냥 차라리 끝이 났으면 하던 생각은 온데간데 없고, 간절해진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단 하나의 생명 뿐이고,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걸게 된다. 마지막에 그는 똑같이 목숨을 희생하게 되만, 그건 같은 죽음이 아니다. 모든 걸 다 던져서 노력하고, 목표에 최대한 다가가고, 다른 이를 위해 희생하며 목숨을 거는 건 전혀 다르니 말이다. 결국, 불가능해 보이던 전투를 승리로 이끌며 게임을 깨는 순간, 그의 노력과 희생은 드디어 빛을 발한다.
우리의 삶 역시 게임이 아니기에, 내 목숨은 하나고, 나의 지나간 시간은 다시 되돌아오지 않는다. 그 유한함 때문에 삶은 더 아름답고 존재의 가치가 있다. 근데 나는 알파의 능력도 없는데 왜 이렇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지? 왜 하루하루를 지겹다고 느끼고 있지? 문득 반성하게 된다. 영화 속 케이지의 여정은 게임과 같기에, 처음에는 그 액션과 흥미로운 설정에 주목했다. 하지만 그의 내면적 고단함과 절망을 점점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었다. 리타와의 관계 역시, 이런 장르와 소재이기에 가능한 독특한 서사를 보여주어 좋았다. 그런 복잡 다단한 감정을 소화하는 톰 크루즈와 에밀리 블런트의 연기는 역시 일품으로, 몰입감을 높여준다. 몇 번을 보았기에 자신있게 추천하는 영화다.